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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 전지훈련기] '돌아온 파랑새' 백지훈이 부르는 부활의 노래

2015.02.03 | VIEW : 1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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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윙즈미디어=말라가] “축구를 그만 두려 했었다”


4년간 축구를 그만두겠다는 다짐만 수 차례. 백지훈이 축구장에 다시 서겠다는 다짐을 한 것은 오로지 팬들 앞에서 백지훈다운 기량을 펼쳐 보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군 전역 후 울산으로 1년간 임대됐다 다시 수원으로 돌아온 수원 팬들에게 “골을 넣고 하트를그리며 팬들에게 달려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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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훈이 회상하는 ‘시련의 시간’
수원의 시계에서 백지훈은 2010년 9월22일에 멈춰있다. AFC챔피언스리그 8강전 성남전에서 성남 수비수 샤샤의 태클에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그는 “태클 당했을 때 이건 잘못됐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몸과 오른쪽 무릎이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의료차에 실려 나온 백지훈은 그 대로 병원으로 실려 갔다. 그가 수원 유니폼을 입고 뛴 경기는 이 경기가 마지막이다. 처음 병원에서는 5개월이면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을 해도 안해도 기간은 똑같다고 했다. 백지훈은 수술을 하지 않고 재활을 하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수술을 하지 않고 5개월이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9월에 다쳤으니까 5개월이 지나면 동계 훈련 때 충분히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 무릎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독일에서 수술을 했다. 재활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마음 속엔 시름만 쌓여갔다. 2011년에는 애써 빅버드를 찾지 않았다. 병원에서 약속했던 2011년 9월에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또 실패였다”


병원을 찾아 항의했지만 그게 최선이었다는 답변 뿐이었다. 주변에서 “몸 상태 어때?”’라고 물어올 때마다 억장이 무너졌다. 그는 “윤성효 감독님이 오면서 게임도 많이 뛰었고, 대표 팀에도 다시 발탁됐다. 하지만, 다치면서 모든 게 무너졌다. 나는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축구를 그만 두겠다는 망설임도 그때부터였다. 그는 “어느 날 신호등을 건너고 있었는데 불이 깜빡깜빡였다. 아이들도 뛰어가는데 나는 통증 때문에 뛸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 재활해왔는데 신호등조차 건너지 못하는 내 모습이 처량해져서 ‘내가 정말 축구를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군입대가 유일한 피난처였다. 다행히 2011년 12월부터 조금씩 괜찮아졌다. 그때 1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공을 잡아봤다. 욕심이 앞선 때문일까. 통증이 재발하고 말았다. 2012년 개막전부터 경기를 뛰었지만 경기력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었다. 주변에서는 “백지훈은 끝났다”고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군에서의 2년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지난해 울산에서 임대를 거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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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으로 다시 온 것 자체가 너무 좋다”

4년의 허송세월 끝에 백지훈은 수원으로 돌아왔다. 선수들과 함께 동계훈련을 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백지훈은 수원 복귀 소감에 대해 벅차 오른 감정을 억누르며 이렇게 말했다.


“수원으로 온 것 자체가 너무 좋다. 어떻게 보면 다시 못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내 마음속에 수원은 언제나 1순위 팀이었다. 이렇게 다시 와서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큰 행복이다. 수원만한 팀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든든한 팬 여러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원에서 6년 정도 뛰다가 다쳐서 군대도 갔다 왔는데, 어딜 가도 수원만큼 팬들이 많은 곳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빅버드에서 홈경기를 하면 너무 재밌고 든든하다. 울산에 있을 때도 수원이랑 경기를 하면 수원에서 원정 온 팬 분들이 울산 홈 팬들보다 많았다. ‘저 팀이 한 땐 내 팀이었는데…….다시 돌아갈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정말 수원이 너무 그리웠다. 수원유니폼을 다시 입는다는 것은 내게 있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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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파랑새, 수원에서 부활을 다짐하다.
백지훈은 절실한 마음으로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감독님께서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마음이 편하다. 감독님이 추구 하시는 축구를 내가 잘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감독님이 원하시는 플레이를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남은 동계훈련 기간 감독님 눈도장을 받겠다는 생각 뿐이다.”


백지훈의 경쟁은 녹록지 않다. 권창훈, 오장은, 김은선, 조지훈 등 쟁쟁한 미드필더들을 이겨내야 한다. 그는 “경쟁은 필수다. 수원은 훌륭한 미드필드진이 넘치지만 그 친구들에 비해 내 스스로 강점이 있다고 본다. 비록 경쟁에서 밀려 벤치에 앉는다고 해도 원망은 없다. 어릴 때는 엔트리에서 빠지면 기분이 나빴는데 지금은 내 대신 뛰는 선수들을 격려할 만큼 성장했다. 몸이 좋지 않은데 억지로 뛰는 것은 팀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선택은 감독님이 하신다. 기회가 왔을 때 잡겠다. 올해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도 벌어지는데 내가 쌓은 경험들로 팀을 돕고 싶다.”


백지훈, 달라진 수원에 대해 말하다.

백지훈이 없던 사이 수원도 많이 달라졌다. 20대 중반이었던 백지훈도 어느덧 30대 고참이 되었다. 백지훈은 “지금 20살 친구들이 나랑 띠 동갑이더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선배들한테 쉽게 다가가지 못했는데 요즘 친구들은 허물없이 다가와 먼저 말을 걸어준다. 어린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주면 선배 입장에선 굉장히 고맙다. 같은 포지션에 있는 동생들이 ‘형 이럴 때는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보면 너무 예쁘다. 다 가르쳐주고 싶다. 우리팀은 정말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 실수해도 모두들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분위기다. 팀마다 한 명씩 악역들이 있는데, 수원에는 없다. 올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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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넣고 하트 그리며 팬들에게 달려가고 싶다”

“정말 그리웠다. 나를 반겨주시는 팬 분들도 있겠지만 미심쩍게 바라보는 팬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건 내가 하기에 달렸다. 옛날 좋았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을 생각하면 부담이 많다. 그래도 행복하다. 힘들 지라도 예전보다 더 나은 플레이를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있다는 것만해도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홈에서 첫 골을 넣으면 머리 위에 큰 하트를 그리고 팬 분들 앞으로 달려가겠다.”


[블루윙즈미디어(말라가)=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