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혈투 끝에 전남과 무승부 2-2
2004.05.3013411

수원삼성, 혈투 끝에 전남과 무승부 2-2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낸 김대의/Paw Photo
수원삼성이 삼성하우젠 K리그 9차전 전남과의 맞대결에서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김대의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수원은 30일 광양 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마르셀이 선취골을 터뜨리며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잡았으나, 전반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내어준 페널티 킥과 후반 손대호의 퇴장 등 악재가 겹치며 귀중한 도약의 기회를 놓쳤다.

이로써 수원은 승점 1점을 추가하며 7위를 유지했고, 선두 포항과는 승점 8점차로 3경기가 남은 전기리그 일정을 감안할 때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더라도 우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선수 한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전남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며 더 이상의 골을 허용하지 않은 선수들의 집중력과 김대의의 멋진 동점골은 무승부라는 결과 이상으로 빛난 경기였다.

주중에 있었던 부천과의 경기에서 나란히 경고를 받은 조병국과 김두현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한데다 올림픽 대표팀과 리그를 오가며 체력적 한계에 다다른 조재진마저 광양원정에서 제외시킨 차범근 감독은 2군에 있던 가비, 권집, 고창현 세명의 선수를 1군에 합류시키고 박건하를 스타팅 멤버로 내세우며 전력의 공백을 상쇄시키고자 하는 복안을 내보였다.

때문에 수원은 이날 경기에서 미드필드 장악을 최우선 목표로 이전 경기들보다 미드필더를 1명 늘인 3-4-1-2 전술을 들고 나왔다. 골문은 이운재가 사수했고, 경기에 앞서 상대가 투톱일 시에는 3백을 가동하겠다고 밝힌 차범근 감독의 말대로 수비에는 박건하를 중심으로 곽희주와 손대호가 스토퍼로 출장했다. 미드필더에는 올시즌 처음으로 1군 경기에 출장한 권집이 김진우의 파트너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고, 역시 개막 이후 오랜만의 출장인 가비가 공격형 미드필더, 남궁웅과 최성용이 좌우측면을 맡았다. 최전방에는 장신의 마르셀과 빠른 발을 자랑하는 김대의가 포진된 전형적인 빅 & 스몰의 조합.

이에 맞선 전남은 공격의 첨병 이따마르, 모따, 노병준이 앞선 경기에서 경고누적, 퇴장 등으로 인해 모조리 결장한데다 수비의 핵 김태영마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해 전력 누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때문에 김태영을 대신해 김도근이 스위퍼에 기용되었고, 올시즌 처음으로 신병호와 성한수 두 토종 공격수가 전방에 서게 되었다. 외국인 선수로는 단신의 까이오가 유일하게 출장,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되었다. 전술은 수원과 같은 형태인 3-4-1-2.
수원삼성, 혈투 끝에 전남과 무승부 2-2
전반 - 마르셀의 선취골로 기선 제압, 하지만 비정상적인 판정에 동요되며 동점골, 역전골 허용.

전반 20분까지 수원은 전남 공격수들의 폭넓은 움직임과 빠른 공수전환에 고전하며 공격의 주도권을 내어주었다. 특히 오랜만에 1군에 합류한 가비와 권집이 흔들리며 중앙에서 패스미스를 연발했고, 수비와 연계되는 조직력까지 무너지며 전남에 번번이 기회를 헌납했다.

전반 시작과 동시에 코너킥 상황에서 리턴 패스를 받은 까이오가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45도 각도에서 예리한 땅볼 슛을 기록하며 기세를 올린 전남은 7분에 김도근의 공간패스를 받은 까이오가 이번에는 반대쪽인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수원의 수비 둘 사이를 돌파하며 슛을 기록했다. 10분에는 까이오가 바깥쪽으로 감아 찬 코너킥을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최거룩이 바운드 되는 헤딩슛을 시도, 다행히 슛은 반대 골포스트 상단을 빗나갔다.

13분에는 김남일의 긴 공간패스를 곽희주가 침착하게 처리하지 못했고 공이 흘러나오자 이내 신병호가 강슛으로 연결, 크로스바 왼쪽을 맞고 나가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된다. 4분 뒤에는 페널티 에어리어 내에서 신병호가 수비수와 1vs1로 등진 상황이 발생하지만 박건하와 곽희주가 협력수비로 차분하게 걷어냈다.

전남의 공세를 묵묵히 견디며 반전의 기회를 노리던 수원은 20분 이후 남궁웅의 대담한 왼쪽 측면 돌파에 이어 김대의가 중앙돌파를 부지런히 시도하면서 전남으로 기울어 있던 승부의 저울추를 평행하게 가져온다. 22분에는 가비가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곽희주가 높은 체공력을 이용하여 헤딩으로 연결, 아쉽게도 골대 반대쪽 구석을 살짝 빗나간다.

이후 양팀이 팽팽하게 대치한 분위기 속에 전남은 남기일이 오른쪽 사이드에서 올린 월패스를 신병호가 발끝으로 맞추며 슛을 시도한다. 공은 수원의 수비를 맞고 아웃. 성한수, 신병호, 까이오 등 빠르고 발재간 있는 공격수를 이용해 측면을 공략한 전남에게 많은 코너킥을 허용한 수원이지만 곽희주, 손대호 등이 제공권에서 앞서며 더 이상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위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트플레이를 득점으로 연결한 쪽은 단 한번의 기회를 살린 수원이었다. 전반 32분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구석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가비가 반대쪽 포스트를 겨냥해 오른발로 절묘하게 감아찼고, 마르셀이 전남 수비수의 마크를 뿌리치며 쇄도, 오른발 끝으로 공을 골대 안에 집어넣은 것. 이전까지 전남의 장신 수비수 최거룩과 주영호가 번갈아 끈적하게 마크하자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마르셀로서는 경기 시작 이후 팀에게 찾아온 단 한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며 골잡이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마르셀의 골로 국면 전환을 꿈꾸던 수원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곧이어 일어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다. 시합이 재개되자 전남의 유상수가 긴 스루패스를 넣었다. 손대호와 성한수가 볼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갔고 이 과정에서 앞서가던 손대호가 성한수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주심은 반칙을 불지 않았고, 성한수가 그대로 돌파 중 이운재의 반칙에 넘어졌다.

주심은 그 상황을 페널티 킥으로 인정했고 수원 선수들은 앞선 과정에서 파울을 불지 않고 페널티 킥을 선언한 주심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어이가 없었던 것은 그 반칙에 대해 손대호가 경고를 받은 것. 페널티 킥 판정이라면 당연히 이운재가 경고를 받아야 할 상황인데, 주심은 터무니없게도 손대호에게 경고 카드를 꺼낸 것이다. 주심이 그만큼 그 과정을 정확히 보지 못하고 판정했다는 증거인 셈이었다.

수원 선수들의 항의로 경기는 약 5분여 동안 중단되었고, 수원의 주장 김진우가 정확한 과정을 심판에게 설명해 보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페널티 킥이 진행되었고, 이운재가 방향을 예측하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신병호의 강력한 킥은 이운재의 손을 맞고 안쪽 그물을 흔들었다. 땅을 치며 아쉬워 하는 이운재였다.

억울하게 동점골을 허용한 수원 선수들은 경기가 재개되자 거침없이 전남 진영으로 달려들었다. 남궁웅이 측면을 돌파한 뒤 중앙으로 파고들며 슛, 수비의 몸을 맞고 코너킥으로 이어지자 가비가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남궁웅이 헤딩으로 연결, 전남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었지만 김영광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판정때문에 흥분한 수원 선수들의 공격에 전남은 경험 많은 김도근이 침착하게 수비를 리딩했고, 흥분된 상태의 수원을 역이용 역전골을 뽑아냈다. 김남일이 오른쪽으로 열어준 공간패스를 유상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으로 길게 크로스 했고, 성한수가 가슴트래핑 후 이운재가 튀어나온 것을 보고 슈팅, 이운재의 옆을 지나 굴러가는 슛을 수원 수비수가 걷어냈지만 공은 신병호에게 연결되어졌고 신병호는 이운재가 손쓸 수 없는 골문 상단으로 역전골을 강하게 꽂아 넣었다.

이후 기세가 무너진 수원의 공격은 오프사이드 트랩에 빠지며 제 자리를 찾지 못했고, 까이오를 중심으로 한 전남의 재치 넘치는 공격에 찬스를 내주기도 했다.

수원삼성, 혈투 끝에 전남과 무승부 2-2
후반 - 11vs10의 불리한 상황, 투지와 집중력으로 얻은 무승부

미드필드를 장악코자 했던 의도가 중앙 미드필드에서의 부진으로 뜻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측면 공격 역시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자 차범근 감독은 선수교체를 통한 전술 변화를 시도한다. 가비와 남궁웅을 나드손과 이상태로 교체, 4-4-2 전술로 바꾼 것. 곽희주와 박건하가 센터백을 이상태와 손대호가 좌우 윙백을 맡았으며, 최성용과 김대의는 좌우 날개로 포지션이 변경됐다.

하지만 후반 들어서도 수원이 바라던 만큼의 상황으로는 쉽게 바뀌어지지 않았다. 역전골을 터뜨린 전남의 공세는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더욱 날카로워졌고, 패스웍은 보다 빨라졌다. 후반 2분 까이오, 남기일, 유상수로 이어지는 빠른 패스 연결의 대미는 성한수에게 이어지는 월패스였고, 성한수는 트래핑 후 몸을 틀며 반대 골포스트를 향해 날카롭게 깔린 터닝슛을 날렸다. 하지만 수원에는 이운재가 있었다.

성한수의 슛을 침착하게 막아낸 이운재는 이후에도 후반 내내 이어진 전남의 공세를 막아냈다. 11분에는 수비가 볼처리에서 미스한 공을 까이오가 잡아 1vs1 찬스로 이어지자 재빠르게 튀어나와 캐치해냈다. 14분에는 까이오의 스루패스를 받은 신병호가 이운재마저 제치며 슛을 날렸지만 각도가 나지 않아 슛은 그대로 빗나가고 말았다.

이운재의 활약으로 전남의 공세를 막아내던 수원에게는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온다. 하프라인에서 손대호가 까이오에게 발을 높게 들며 태클, 경고가 추가되어 퇴장을 당한 것. 2-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숫적 열세까지 맞이하게 된 수원에겐 최대의 위기가 닥쳤다.

차범근 감독은 손대호의 퇴장 이후 최성용을 오른쪽 윙백으로 내리고 미드필드에는 김대의를 꼭지점으로 김진우, 권집 세명의 선수만을 세웠다. 양쪽 윙백은 수비에 치중할 것을 요구했고, 전남의 타이트한 마크에 지친 마르셀을 김동현과 교체하면서 김동현의 포스트 플레이를 나드손과 김대의 두 빠르고 개인기가 좋은 선수들이 살려줄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22분, 이영수가 하프라인에서 반칙을 범해 경고를 받으며 전남 수비진이 한순간 어수선해지자 패스를 받은 김대의가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번개같이 파고들었다. 김대의는 정비되지 못한 전남의 수비 공간 사이로 왼발 슛을 감아찼고, 공은 그대로 전남의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김영광이 뒤늦게 인지하고 몸을 뒤로 던지며 팔을 뻗어보았지만 미치지 못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터진 예상 밖의 골은 관중은 물론 선수들까지도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다.

동점골이 터지자 수원은 재빨리 수비를 정비했고, 과도한 공격 치중보다는 수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감하고자 했다. 전남은 체력적으로 지친 선수들을 빼고 이광재와 김정겸, 김요환을 차례로 투입했고 수비를 보던 김도근마저 공격진영에 올리며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33분 오른쪽 측면에서 김정겸이 날린 강력한 왼발 슛을 시작으로 3분 뒤에는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공간에서의 로빙 슛이 수원의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는 등 위기가 계속되었다. 이 상황에서도 이운재는 김정겸과 이광재의 슛을 연거푸 선방하며 동점골을 지켜냈다. 또한 곽희주, 박건하 등의 최종수비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를 보여주었다. 특히 박건하는 신병호와의 헤딩경합 중 머리가 부딪히며 눈 주위가 심하게 부었지만 더 이상의 선수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기에 별다른 조치 없이 경기를 뛰어야 했다.

수원은 후반 30분 후방에서 길게 내어준 공을 김동현이 포스트 플레이로 김대의에게 내어주었고, 김대의는 다시 나드손에게 연결. 과감하게 돌파를 시도한 나드손이 골키퍼까지 제치며 슛을 날렸지만 공은 오른쪽 골 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이 과정에서 김동현은 주영호와 부딪히며 눈 주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끝까지 공을 연결하는 등 투지를 불살랐다. 이런 김동현과 박건하의 투혼이 수원 선수 전원의 집중력을 극대화시켰고, 오히려 나드손, 권집 등이 날카로운 공격을 시도하며 역전골을 노렸지만 김영광의 선방에 좌절되고 말았다. 결국 종료 직전까지 계속된 전남의 공세에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마감했다.

여러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무승부를 거둔 수원은 A매치 일정으로 인해 리그가 2주간 휴식기에 들어감에 따라 재충전의 시간에 들어간다. 2주 휴식 이후 6월 13일 광주를 홈으로 불러들여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달린 리그 2위로의 도약은 물론 희미해진 우승을 향해 필승의 각오로 나설 예정이다.


경기결과

수원 2-2 전남
->득점: 마르셀(전32), 김대의(후23 이상 수원), 신병호(전38, 41 전남)


-수원 출전선수명단 -

GK: 이운재
DF: 곽희주 박건하 손대호
MF: 최성용 김진우 가비(후0 나드손) 권집 남궁웅(후0 이상태)
FW: 김대의 마르셀(후20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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