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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구단은 왜 대표팀 소집을 거부했나?

2003.04.08 | VIEW : 13286

16일 한일전을 대비한 국가대표 소집훈련이 수원과 안양 소속 선수들의 불참으로 취소됐다. 대표팀 소집에 프로구단이 불응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로, 축구협회의 일방적인 행정에 프로 구단이 제동을 걸게 된 배경은 무엇이며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한일전은 양국의 역사적 배경과 자존심이 맞물려 단순한 친선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수원 구단 역시 경기의 특수성을 이해하면서도 굳이 이번 소집을 거부한 것은, 예정에 없던 대표팀 소집으로 프로 팀 운영이 차질을 빚게 되자 차제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한 강경책이라 할 수 있다.

축구협회는 올해 초 현실에 다소 맞지 않다고 판단되는 대표팀 운영 규정을 일부 개정했다. 특히 문제가 됐던 대표팀 소집 규정을 보다 세분화하여 제 6조 3항에는 ‘국내 개최 단일경기에 대해서는 경기일 3일 전에 대표팀 소집이 가능’하도록 명시했다. 선수 차출로 전력 손실이 생기는 프로팀의 부작용을 최대한 보완해 주겠다는 의미이다. 규정에 따르면 이번 한일전 역시 경기 3일 전인 13일에 소집이 가능하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훈련을 이유로 7일부터 9일까지 대표팀을 소집했고, 예정에 없던 소집이라는데 문제가 불거졌다.

수원의 극단적인 처사는 팀의 핵심 전력 4명(이운재, 최성용, 김두현, 조병국)이 고스란히 차출되는 것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그러나 자국의 프로리그를 보호하지 못하는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의 행정력에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공감을 형성한 구단은 수원과 안양이지만 수원의 예를 들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해보자.

수원 소속으로 각급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모두 11명. 이 중 팀 전력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는 U-17 대표 선수들을 제외하더라도 자그마치 8명이 프로 경기와 대표팀 경기를 번갈아 뛰고 있다. 물론 선수 개인으로서야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이들이 주축으로 뛰고 있는 팀으로서는 전력 손실을 그대로 감당할 수 밖에 없다. 선수를 출전시키자니 무리한 출장으로 인한 부상이 걱정되고, 선수를 보호하자니 팀 운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올 시즌 들어 조병국과 김두현은 올림픽팀과 성인대표팀에, 박주성은 청소년팀과 올림픽팀에 각각 중복 차출되었다.당장 4월의 경우, 예정대로였다면 조병국과 김두현은 지난 2일 부천전을 치른 후 6일 콜롬비아전에 나서고, 쉴 틈도 없이 대표팀에 소집되어 훈련을 했다가 12일 포항전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어 16일에는 다시 대표팀으로 한일전을 치러야 하는 강행군이 이어진다. 이들을 비롯, 대표팀 경기가 있을 때마다 팀의 핵심 전력을 고스란히 내주는 수원은 시즌 초부터 정상적인 선수 구성 자체가 불가능했던 상황인 것이다.

구단의 고민은 단순히 전력 손실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선수에게 ‘투자’함으로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프로 구단일진대, 대표선수(상품)가 되기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팀에서는 정작 마음대로 자원을 활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만에 하나 선수가 부상을 당할 경우 후속 관리 역시 구단의 몫이다. 국가적인 대의로 선수를 활용하는 것은 축구협회이고 그로 인한 부담은 개별 구단에서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선수 개별의 문제를 살펴보자. 김호 감독이 이미 지적했듯 부상의 위험이 있다. 앞서 언급한 김두현과 조병국의 경우, 이대로라면 올림픽 예선을 치르는 올해 70경기 이상을 소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철인이라 해도 가히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계속되는 강행군에 피로가 누적되면 부상의 위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법이다.

좀 더 실질적인 것으로 경기 출전에 따른 수당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대표팀 골키퍼이자 수원에서 최고액 연봉자인 이운재의 경우 출전과 승리에 대한 수당이 대표팀의 그것과는 비교되지 않는 차원이다. 짧게는 1~2주, 길게는 6개월까지 이들의 금전적인 손실을 협회가 보상해 줄 수 있는지, 단순히 ‘명예’ 차원에서 선수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프로 구단과 축구협회의 요구사항이 절충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수원 구단은 바로 이 부분에서 프로연맹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A-매치를 관장하는 FIFA, AFC 등의 경기 일정은 통상 3년 전부터 예정되어 있고, 대한축구협회의 연간 행사는 프로리그 일정에 앞서 확정된다. 이 일정을 기초로 프로 일정을 계획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이 부분에서 프로연맹이 너무 수동적이었다는 것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예선 등 빈번한 대표 차출이 예상되는 해에는 ‘자국의 프로리그’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AFC나 협회에 대표팀간 경기 일정 조율을 타진하는 정도의 의지라도 보여야하고, 그것이 각 구단의 이해를 통합하고 대변하는 프로연맹의 사명이라 할 수 있다. 예컨데 흥행을 고려해서라도 주말에 예정된 대표팀 경기는 주중으로 조정하고 주말에는 K리그의 정상적인 운영으로 관중확보가 가능하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또, 지난 이야기지만 수원 구단은 올해의 경우 정규리그를 굳이 4라운드까지 고집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 재고를 주장한다. 대표팀 일정과 겹치지 않도록 경기 수를 줄였다면 스타급 선수의 부재를 겪지 않을 수도 있고, 리그의 수준과 질이 한층 높아지는 효율적 운영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단의 처사가 다소 파격적이었다면 이에 대한 비난을 감당하는 것은 구단의 몫이다. 그러나 언제라도 불거질 여지가 있는 문제였다면, 차제에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축구협회와 사전 협의체계를 공고히 하고 리그 활성화를 위해 각 구단과 프로연맹이 자구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전폭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각 구단의 자세는 그야말로 대승적인 차원이었다. 이를 한일전의 특수성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2003년은 한국에서 프로축구가 시작된지 20주년이 되는 의미있는 해이다. 월드컵 ‘4강 신화’를 통해 세계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이 한 단계 올라섰다면, 이제는 K리그가 자생력을 갖추고 성인으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야 한다. 모래 위의 성은 무너지기 쉽다. 진정한 한국 축구의 중흥은 그 젖줄인 K리그의 활성화에 달려 있음을, 지난 20년간의 프로축구 영욕사(榮辱史)가 방증하지 않는가.


SPORTAL 배진경

스포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