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NEWS블루윙즈 뉴스

상세

누구를 위한 카드인가?

2002.08.12 | VIEW : 9649

누구를 위한 카드인가?
7-2. 골 스코어가 아니다. 바로 지난 11일 부천 종합운동장에서 있은 수원 삼성대 부천 SK의 경기에서 나온 옐로카드의 숫자다. 그러나 과연 이날 수원이 자그마치 7장의 옐로카드를 받을 정도의 플레이를 했냐는 물음에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물론 TV를 통해 이를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까지 고개를 갸우뚱한다. 과연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주심의 일관성 없는 판정은 무엇이며 그 문제는 과연 어떠한 것인가.

이날 수원에게 부여된 경고는 모두 7장. 데니스, 조성환, 이기형, 김영선, 산드로, 김두현 등 핵심 선수들이 공수 포지션에 상관없이 줄줄이 경고를 받았고 핵심 공격수인 산드로가 경고 2회로 퇴장을 당했다. 당장 수원으로서는 다음 경기의 라인업에 구멍이 생긴 것은 물론 치열한 경쟁 체제로 접어든 정규리그 2라운드 레이스에서 전체적인 팀 운영에 큰 타격을 맞은 결과가 됐다. 축구경기에서 선수가 반칙을 하면 주심이 휘슬을 불고 그 경중에 따라서는 옐로카드 혹은 레드카드가 부여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판정이 일관성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이날 이광철 주심이 수원 선수에게 부여한 7차례의 경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러한 '축구의 통상적인 일관성'을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상황별로 살펴보자. 수원의 첫 경고는 전반 7분 산드로가 받았다. 오른쪽 사이드라인에서 산드로가 볼 키핑을 하는 순간 부천의 김한윤이 산드로에게 뒤에서 양발로 들어가는 거친 백태클을 했고 파울을 당한 산드로가 신경질적으로 뒤엉키자 주심은 선수 두 명에게 경고를 주었다. 98년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하석주의 퇴장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정도의 파울 장면에서는 가차없이 레드카드를 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 정도까지는 경기 운영에 따라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광철 주심의 논란이 되는 판정들은 후반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먼저 조성환의 경우 공중볼을 처리하기 위해 다보와 위치선정을 벌이다 헤딩을 위해 공중에 떴고 상대가 점프를 뛰지 않자 조성환이 다보의 머리위로 올라탔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통상 이러한 경우에서는 점프를 뛰지 않은 선수가 공중에 뜬 선수를 부상 입힐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해서 파울이 부여되는 것이 보통인데 주심은 조성환에게 파울을 준 것도 모자라 난데없는 경고까지 부여하며 선수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김두현의 경우는 수원의 공격찬스에서 벌어진 상황이었다. 왼쪽 페널티 박스안에서 단독으로 치고 들어가던 김두현이 부천의 이임생과 어깨싸움을 벌이다 밀리며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이임생의 발에 턱을 맞아 페널티 박스에서 누워 고통스러워했다. 그러나 주심은 오히려 김두현의 파울을 선언한데 이어 옐로카드까지 부여하는 판정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산드로의 퇴장을 촉발시킨 데니스의 경고는 이날 경기에서 가장 이해가 안되는 장면이었다. 데니스가 미드필드에서 드리블하던 도중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졌고 무릎을 꿇고 가만히 앉아있자 갑작스레 이광철 주심이 다가와 경고를 주는 것이었다. 경고를 받은 데니스뿐만 아니라 수원 모든 선수들이 어리둥절한 가운데 벤치에서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산드로가 물병을 거더차자 비신사적 행위라는 이유에서 퇴장을 당하기에 이르렀다.

어느쪽의 파울이냐 여부를 떠나 과연 이들 장면이 경고감이냐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축구 규칙에 따르면 경고는 아래의 7가지에 해당하는 경우에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1) 반 스포츠적 행위(UNSPORTING BEHAVIOUR)를 한 경우
2) 말 또는 행동으로 항의한 경우
3) 지속적으로 경기 규칙을 위반한 경우
4) 경기 재개를 지연시킨 경우
5) 프리킥 또는 코너킥으로 경기를 재개할 때 요구된 거리를 지키지 않을 경우
6) 주심의 허가없이 입장 또는 재 입장한 경우
7) 주심의 허가없이 고의적으로 경기장을 떠난 경우


여기에 따르면 김영선과 이기형이 받은 경고, 그리고 산드로의 퇴장 같은 경우는 제 1, 2항에 의한 경고라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데니스, 조성환, 김두현의 경고 상황은 규정을 보아도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으로 남을 뿐이다.

심판 판정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말하고자하는 바도 '우리가 불리한 판정을 받았으니 억울하다 우리만 늘 피해자다' 라는 점도 아니다. 다만 이날 이광철 주심이 남발한 옐로카드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반문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리그와 마찬가지로 K리그는 퇴장을 받은 선수, 경고 3회를 받은 선수(처음), 그리고 그 이후부터 경고 2회를 받은 선수는 다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거칠고 파울이 난무하는 축구, 정해진 룰을 지키지 않고 오직 승부를 위해서만 반칙을 서슴지 않는 선수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팬들에게 보다 깨끗하고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이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경고와 퇴장이 팬들에게 현재 진행중인 경기의 깨끗하고 수준 높은 운영을 선보이기 위한 1차적 장치라면 경고 누적과 출전 정지는 그 효과가 이후의 경기에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2차적인 장치인 것이다. 때문에 심판이 부여하는 카드는 당장 그 경기에서 선수를 징계하는 목적도 있지만 이를 통해 앞으로 팬들에게 보다 수준 높은 축구를 선보이기 위한 '약속' 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심판의 엄정한 휘슬, 그리고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때로는 심판이 경기 외적인 요소에까지 재량에 따라 옐로카드 혹은 레드카드까지 부여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심판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는 어디까지나 원활한 경기 운영을 통해 팬들에게 보다 깨끗하고 즐거운 축구를 선보이기 위한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다. 무분별한 카드남발로 오히려 경기 분위기가 거칠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들이 무더기로 뛸 수 없는 현실을 지켜봐야만 할때 팬들의 마음은 과연 어떻게 될까.

요즘 2002년 월드컵이 끝난 후 K리그가 연일 사상 유례없는 관중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선수들이 월드컵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보여준 플레이에 관중들은 경기장을 찾아 화답하고 있고 각 구단들도 모처럼 찾아온 팬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어느 때보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열기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깨끗하고 높은 경기 수준이 반드시 유지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남은 몫이 바로 다름아닌 '그라운드의 판관' 인 심판들의 사명인 것이다. 향후 경기에서 K리그 심판들의 객관성 있고 엄정한 판정을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심판들의 분발을 바란다.
스포탈 이은호기자